[지구촌 돋보기] 노동(자) 교육에 대해 다시 상상하기: 남아프리카공화국 불안정 노동자 교육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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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돋보기] 노동(자) 교육에 대해 다시 상상하기: 남아프리카공화국 불안정 노동자 교육 사례

윤자호 253 2021.07.05 09:00

노동(자) 교육에 대해 다시 상상하기: 남아프리카공화국 불안정 노동자 교육 사례​1) 


작성: 윤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가이 스탠딩은 프레카리아트 문제에 있어, 불안정한 교육과 기존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접근이 단절되고 있는 현상에 초점을 맞춘 바 있다. 이 논문은 가이 스탠딩이 지적했던 프레카리아트의 교육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불안정 노동자들의 교육적 요구와 교육 사례를 담은 연구다. 연구에서는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불안정 노동자 교육 워크숍 참여관찰 및 심층면접 분석 결과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워크숍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이 그 자신이 처한 불안정성을 인지하고, 이에 도전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웠다는 함의를 강조하며 노동자 교육을 “특정 노동자 집단의 이익 증진을 위한 것 뿐 아니라, 사회에서 사회적, 경제적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자신감과 역량을 쌓는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즉, 노동자 교육은 노동자 및 소외된 지역사회를 사회적․경제적 억압과 착취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교육이다. 


□ 전지구적 불안정노동의 증가와 스위스 노동 교육 사례 


ILO(2018)는 전 세계 노동자의 약 42%가 취약한 고용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특히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경우 그 비율이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은 고용․경력․노동시간․근무 일정의 불안정성, 사회보장 사각지대, 복리후생 및 휴가 부재, 의견개진 통로 부재 중 최소 한 가지를 겪는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경우, 노동 교육 및 조직화에 있어서 내국인 노동자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시키는 것에도 초점을 두었다.​2) 스위스 최대 노조인 Unia는 1990년대에 이주노동자 권리 증진 운동을 개진하며 임금인상, 생활환경 개선 운동을 시작했다. 이주노동자 교육은 워크숍, 회의, 전단 및 저항의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노조는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언어인 폴란드어를 할 수 있는 교육담당자와 조직담당자를 고용했다. 이 논문에서는 스위스 모델이 남아프리카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확장될 수 있는지 탐색한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동시장: 불안정노동의 증가

  

남아프리카에서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에서 불안정한 직업이 지배적인 형태가 되고 있으며, 이는 모든 직업의 미래가 불안정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노동운동세력의 약화와 사용자에 의한 착취 강화는 함께 맞물려 일어나고 있다. 


1886년 금의 발견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자본주의가 가속화되었는데, 인종분리의 특징을 띄었다. 흑인 노동자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며 광산 근처 기숙사에서 노예와 같은 생활을 했다. 1970년대에 흑인 노동자들은 활발하게 조직화하기 시작하며 아파르트헤이트와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강력한 노동 운동 흐름을 만들어냈다. 70년대와 80년대에 농업, 계절 노동 및 가사 노동 등 일부 부문을 제외하고 노동조합은 정규직 노동에 기반한 노동체계를 확립할 수 있었다. 노동 교육은 노동자로 하여금 스스로의 문제를 명명하고 말하도록 장려하는 노동자-교육자 간 대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다가, 점차 조직화가 진행되며 노사 교육 개입, 자체 교육 부서 설치 및 교육 프로그램 제공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국가 자산과 서비스의 사영화, 경제 규제 완화, 무역 자유화 등 경제구조조정이 일어나며 정규직 중심의 노동 체계가 상당수 해체됐다. 그 결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노동자는 △표준 고용 상태에 있는 소수 노동자와 △불안정한 비정형 고용 상태에 있는 다수의 취약 노동자로 양분된다.​3) 이 시기 숙련된 노동조합원들은 인사담당 관리자, 공무원, 국영 및 민간기업 관리자가 되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금속노동조합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동조합에서 교육 프로그램이 감소되었다. 


□ 노동자 교육 커리큘럼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하는가? 


노동자 교육과정은 노동자의 요구와 관심에 기초해야 한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경험 속에서 직면한 문제와 교육 커리큘럼이 맞닿을 것을 요청했는데, 상당 부분 권리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 노동자들은 그들의 권리를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의 경우가 그러한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헌법은 진보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다른 아프리카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권리는 지속적으로 침해되고 있다. 이는 당사자들의 권리 및 쟁점을 옹호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조직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연구 참여자들은 분쟁 해결 방법과 절차, 그리고 각 주체의 역할에 대한 교육 필요성을 이야기 하며, 동시에 분쟁해결을 위한 공식 기구의 무능함에 대해 토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80년대 이후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이 흔들리며, 노동시장에서 (불안정 노동자) 여성의 역할이 증가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여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와, 이를 다루는 노동자 교육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연구 참여자 중 한 사람인 Matha는 지역사회 의료종사자로, 지역 공공 클리닉에서 HIV 양성 환자를 돌보는 등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Matha는 성폭력, 여성의 권리, 직장내성희롱, 여성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노동자 교육에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돌봄과 외식 부문에 고용된 여성 중 일부는 어떠한 형태의 보호 없이 일하는 짐바브웨 출신의 여성 이주노동자들이다. 연구 참여자 Ndovu는 짐바브웨 출신 22세 여성으로, 쉬지 않고 12시간 교대하며 한 번에 2주씩 일했다. Ndovu는 여성 이주노동자로서 그 자신의 권리에 대해 교육받기를 원했다. 한편 35세 여성 지역사회 의료노동자 Nto는 읽고 쓰는 능력 또한 불안정 노동자를 위한 교과 과정의 일부여야 한다고 보고 있었다. Nto는 불안정 노동자들은 그들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법과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그들 자신의 해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연구 참여자들은 컴퓨터 리터러시와 대중 연설(공적인 말하기)과 같은 실용적인 기술이 노동자 교육과정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교육 제공 플랫폼 


다수의 면접 참여자들은 불안정 노동자의 교육을 제공할 플랫폼(조직 및 공간)으로, 노동부와 조정중재위원회(CCMA), 그리고 비영리단체를 꼽았다. CCMA와 노동부는 노동법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연구참여자는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이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청소노동자 Dima는 워크숍을 불안정 노동자 교육의 플랫폼 중 하나로 꼽으며, 노동운동가들이 조직한 워크숍에서의 교육 경험에 대해 술회했다. 


하지만 불안정 노동자를 위한 워크숍을 기획할 때 어려운 점은, 노동조합과 달리 불안정 노동자는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시간과 임금)를 협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과제는, 불안정 노동자들이 워크숍과 같은 교육 활동을 조직하고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조직구조에 접근하기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이는 불안정 노동자 조직과 교육을 지원하는 NGO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으로 이어진다. 


CWAO(Casual Workers Advice Office)의 웹사이트는 노동자, 특히 불안정 노동자들을 위한 교육 자원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개정 노동법, 불안정 노동자 권리에 대한 단편 영화 및 병가․출산휴가 등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영상을 담은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Facebook과 WhatsApp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불안정한 근로자들을 위한 교육 도구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 사용의 장애물 중 하나는 막대한 데이터 비용이다. 


라디오와 텔레비전 역시 노동자 교육을 위한 플랫폼이 될 수 있는데, 케이프타운TV에서는 매주 노동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WWMP(Workers World Media Productions)는 노동 이슈를 다루는 주간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케이프타운․요하네스버그 및 이스트런던에서 노동 미디어 및 교육센터라는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불안정 노동자의 교육 참여 장애물 중 하나는 불확실한 근무 일정이다. 고용주는 노동자를 짧은 시간 내에 직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으며, 호출할 때 응답하지 않는 것은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또한, 일부 불안정 노동자들은 부족한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부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있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 이를테면, “돌봄 노동자는 낮에는 공공 클리닉에서 일하고 밤에는 노인의 집에서 돌봄 노동을 한다.” 교육자로 일하는 연구 참여자 Patel은 이러한 노동자들을 위해 온라인 교육(독서클럽, 스터디 모임 등)을 제안한다. 


1) 이 원고는 Hlatshwayo, Mondli. 2020, Workers’ education under conditions of precariousness: Re-imagining workers’ education, The Economic and Labour Relations Review, Vol. 31(1), pp. 96-113을 요약 번역한 글입니다. 
2) Pedrina(2015)에 의하면, 스위스의 이주민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24%이며, 스위스에서 일하는 시간의 1/3 이상은 이주노동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3)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제구조조정 이후 대학의 불안정 노동자, 소매업, 우편서비스, 의료, 그리고 제조업 부문에서 불안정 노동자를 조직하려는 시도가 있어왔으며, 그 결과 국영 우편서비스 기업에 고용된 불안정 노동자들이 민주우편노동조합을 결성하는 등 유의미한 조직화와 도전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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