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간위탁 공공서비스가 효율이 높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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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간위탁 공공서비스가 효율이 높다고?

김종진 1,552 2019.04.15 12:08
* 이 글은 경향신문 <세상읽기> 칼럼(2019.4.12)의 원고입니다. [세상읽기]민간위탁 공공서비스가 효율이 높다고? -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새벽에 집을 나올 때면 가끔 아파트 앞 생활폐기물 수거 차량과 마주친다. 시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도로 한쪽에 차량을 정차하고 음식물이나 폐기물을 수거한다. 청소 노동자들을 대하는 인식 차이일까. 일본이나 유럽에선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이 낮에 진행되는데, 우리는 새벽에 한다. 그러다 보니 업무상 재해나 사망사건도 많다. 1년에 꼭 한 번 정도 청소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접한다. 전국에 생활폐기물 운반수거의 87.7%가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다 보니, ‘위험의 외주화’는 공공부문에서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민간위탁 노동자 고용의 질은 우리가 꼭 짚어야 할 문제다. 저임금에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가 대부분이다보니 양질의 시민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특히 민간위탁 시설의 법률 위반현상은 심각하다. 연장 및 휴일근무 수당, 연차휴가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권리가 민간위탁이라는 이유로 숨겨지거나 은폐되고 있는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수탁업체 대표 및 관리자들의 노동 감수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시장의 힘이 도시를 위해 뭔가 커다란 것을 해주리라는 강력한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런 믿음을 유지하면서 그간 정부는 다양한 기본 서비스를 꾸준히 외주화했다. 사실 민간위탁은 대시민서비스의 일부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임·대행이라는 ‘합리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민간위탁의 회계 부정, 용역비 과다청구, 임금 가로채기, 선정 비리, 관리 감독 부실 등이 언론을 통해 밝혀진 바 있다. 위법적이고 탈법적 현상들을 지자체는 제대로 점검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공적자원을 시장의 힘에 넘겨버린 민간위탁의 비민주적 속성을 보여준다. 지난해 기준 공공부문 민간위탁은 1만개가 넘고, 노동자는 약 19만6000명이나 된다. 정부 재정의 1.86%에 해당하는 7조9600억원 규모다. 민간위탁 다수는 사회서비스 시설이다. 어린이집부터 사회복지, 장애인,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 등 47.2%가량 차지한다. 그러나 도서관, 상수도 검침, 콜센터, 지하철 역사 등 매우 다양한 대국민 공공서비스들이 민간에 맡겨진 상태다. 최근에는 중앙정부가 국고보조 사업으로 지원하는 지자체 ‘센터’들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정부는 도시의 공공서비스를 민간위탁으로 운영했다. 지자체 평균 100개 정도의 업무들이 공공이 아닌 민간에 맡겨진 상태다. 공공부문에서 민간위탁 ‘신화’는 IMF 경제위기 이후 비용절감과 조직효율성을 이유로 더 확대되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사이 서울, 광주 등에서 일부 민간위탁을 직영 혹은 재구조화했다. 때마침 정부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3단계 민간위탁’ 내용을 발표했다. 문제는 민간위탁이 공공서비스 전달체계 변경과 관련되어 있다며 기관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기관 자율에 맡기는 것은 사실상 정규직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지자체 일부 업무들은 노무도급 성격의 용역근로 형태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단계와 2단계에 해당되어야 할 간접고용 업무들이다. 우리는 노르웨이 제3의 도시인 트론헤임의 ‘지자체 실험 모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도시는 지자체 공공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위탁을 물리치고 직영으로 운영한 공공행정조직의 내부적인 민주적 변화를 이끈 곳이다. 특히 공공서비스를 직영 운영하면서 직원들의 병가 신청자가 11%에서 2%로 줄었고, 일자리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도시의 좋은 일자리 모델의 의미 있는 성과다. 독일 베를린의 생활폐기물 시영회사는 청소 노동자들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박스 스톱)도 제공하고 있다. 공공서비스를 시장에 맡겨야 더 효율적이라는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민간위탁 서비스들을 공적 통제 아래로 되돌리려는 선택이 필요하다. 초점은 ‘돈이 아니라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이점을 봐야 한다. 시민의 삶에 핵심이 되는 국가의 일부를 되찾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411204204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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