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영리화의 폐혜와 노동, 그리고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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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영리화의 폐혜와 노동, 그리고 위험성

김종진 4,779 2014.06.09 12:10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와 보건의료노조가 공동기획으로 '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연속기고의 일환으로 필자가 기고한 18번째 글입니다. 아래를 클릭하면 원문을 볼수 있으며, 기고 내용은 아래에 붙입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5696 - 아래 - 의료영리화의 폐해와 노동, 그리고 위험성 -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풍경 하나 어느 일요일 저녁 모처럼 극장에 갔다. 비가 내린 탓에 평소보다 관객이 적은 편이었는데 어떤 사람이 반갑게 나를 아는 척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병원 간호사였다. 2년 전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 조합원 교육을 준비하면서 몇 번 만난 적이 있어 얼굴이 익었던 것이다.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왔단다. “쉬는 날(Day off)이에요?”라고 물었더니 병원을 그만뒀단다. 다소 놀랐다. 아니 왜? 아직 병원 그만둘 시기가 아닌 것 같은데…. 그저 속으로 물어봤다. 그 간호사는 내 생각을 눈치챈 듯 곧장 대답한다. “너무 힘들어서 (병원을) 나왔어요”라고. 그래서 물었다. “그럼 언제쯤 다시 병원에 갈 건데요?” 답은 간단했다. “너무 지쳐서 이제 좀 쉬고 생각해 보려고요.” 이것이 바로 2014년 현재 병원인력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간호사의 모습이다. 풍경 둘 지난해 통계가 보여 주는 병원 간호사의 현실은 암울하다. 보건의료노조가 사업장의 간호사 1만3천4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평균 근속연수 7.5년, 주당 근무시간은 48.2시간(52시간 이상 장시간 근로 19.1%, 1일 평균 식사시간 19.5분, 식사 거르는 횟수 주 2회)으로 조사됐다. 또한 교대제 근무자는 79.6%(월 평균 밤 근무 6.2회), 인력부족으로 휴일·휴가를 미사용한 비율은 78.7%(건강악화 69.9%, 업무상질병과 재해 노출 70.5%), 이직할 생각을 가진 경우는 66.5%(힘든 업무 이직사유 42.8%, 직장생활 만족도 43.7점)였다. 우리나라 주요 전문직 중 이처럼 열악한 노동통계를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병원들의 이윤추구 전략 속에서 현장 노동자들은 조직과 고객 모두로부터 인격적인 대우는 고사하고 일상적인 폭언과 폭력에 노출된 채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을 수행(90.2%)하고 있다. 병원에서 폭언·폭행의 주된 가해자는 환자(폭언 54.4%, 폭행 11.7%)와 보호자(폭언 46.2%, 폭행 3.5%)다. 최근 몇 년 동안 폭언·폭행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일 정도로 작업장 안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병원 사업장에서 강한 감정노동 수행자(75% 이상)에게서 나타나는 △높은 직무 소진(41.5%) △고도 우울증(7.5%) △위험한 수면장애(41.5%)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병원 내 불쾌한 언행·감정노동·작업장 안정과 건강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데도 자본과 경영진들은 그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풍경 셋 지난 20년 새 국내병원은 ‘의료 공공성보다는 영리화’를 선택했다. 재벌 대기업의 병원 진출·병원 간 차별화 전략·외형적 규모 확대 등으로 표현되는 ‘의료군비경쟁’이 대표적 현상이다. 하지만 이 시기 병원 내부 인력충원은 되지 않고 오히려 의료기관인증평가제도 도입과 같은 외적 요인이 부가돼 업무량과 노동강도가 더욱 강화됐다. 그 결과 병원 인력은 외주화와 비정규직 활용으로 개인의 삶은 조각조각 깨져 버렸다. 실제로 병원노동자 2명 중 1명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의료사고 위험 노출(2009년 48.4%→2013년 50.4%)을 우려하고 있다. 병원 간호사들은 인력부족(부족률 21%)으로 인해 “의료서비스 질 저하”(82.6%)는 물론이고,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73.7%)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병원 현장의 인력부족으로 인한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가 의료사고 위험까지 노출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료 영리화가 진행될 경우 어떻게 될 것인가. 그간 의료법인들은 공공성에 묶여 자본의 확장을 추구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진출하기 위해 지배구조 재편은 물론이고 인력과 자원을 최적화할 것이다. 의료 영리화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이윤추구 전략과 함께, 고용과 노동 유연화 필요성이 담긴 외부 경영컨설팅 보고서를 통해 진행될 것이다. 특히 비용감소와 규제 회피 등의 모방적 동형화 전략(isomorphism)이 보건의료산업 전 영역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병원 사업장의 숙련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노동조건 개선의 목소리(voice)를 내기보다는 차라리 이탈(exit)을 선택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하락된 고용의 질은 곧 의료서비스 질 하락이라는 부정적 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물론 지금은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주변이상 증후만이 전달되고, 경미한 사고들만이 확인되고 있기에 국가는 저쪽 이야기만 듣고 있다. 시장의 규제가 사회권력으로 규제하지 못할 경우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는데도 말이다. 사회 주체들이 의료 영리화를 막아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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