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인간다운 삶의 모색, 생활임금 더 확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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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간다운 삶의 모색, 생활임금 더 확대 해야

김종진 2,648 2017.08.26 08:16
이 글은 경향신문 매월 연재 칼럼인 [세상읽기] 코너에, 2017년 8월 18일자 게제된 것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8172111005&code=990100 ............................................................................ [세상읽기] 인간다운 삶의 모색, 생활임금 더 확대해야 -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버버리, 네슬레, 구글, IBM. 전 세계 유명 글로벌 기업이다. 서점에 가면 기업 성공 사례 책들도 볼 수 있다. 혹여 영국에 여행 간다고 하면 ‘버버리(Burberry)’ 옷을 사달라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 어느덧 우리들에게도 친숙한 브랜드가 되었다. 물론 가격은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 직원 임금을 보면서 다른 생각도 들었다. 올해 직원 시급이 9.75파운드(약 1만4294원)라고 한다. 바로 영국 런던의 생활임금재단이 정한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생활임금’은 ‘기본소득’과 함께 주요 정책 의제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생활임금 인지도는 낮다. 아직은 시청이나 구청의 저임금 비정규직에만 적용되다 보니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인터넷 구글에 검색하면 ‘living wage(생활임금)’ 관련 내용이 603만개, ‘최저임금’은 3770만개 정도 나온다. 그만큼 최저임금에 비해 생활임금은 낯설다. 생활임금은 1994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영국은 2005년 런던에서 도입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는 최저임금 못지않게 생활임금 논의가 무척이나 활발하다. ‘생활임금계산기’라는 사이트를 통해 각 지역별 상황과 수치도 공유한다. 생활임금은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수준으로서 임금’ 혹은 ‘기본적인 욕구를 포함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임금’ 정도로 정의된다. 생활임금이 처음 시작된 미국이나 영국을 보면 그 역사적 배경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화 초기 생활임금은 노동자들의 인간적 존엄을 지킬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저임금에 매력을 느낀 사용자들이 여성과 아동을 12시간 이상 일을 시켜도 괜찮을 때였다. 그래서 생활임금은 “그 사회에 어떤 임금이 필요한가?”의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당시 생활임금은 가격으로서 시장에 맡겨진 임금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의 실현이 가능한 임금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부터 생활임금 조례가 만들어져 현재 102곳에 제정돼 있다. 하지만 실제 생활임금은 88곳(35.9%)에서만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도입이 안된 곳이 더 많다는 점이다. 영남지역은 생활임금을 시행하고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생활임금 적용 대상도 서울을 제외하면 지자체 소속 노동자에 한정된다. 규모도 크지 않다. 생활임금 산정 기준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대부분 기본급, 식비, 교통비를 산정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도 없다. 적용 범위를 민간위탁이나 공공조달 업체로 확대해야 하는데 규정과 예산 걱정을 먼저 한다. 사실 재정을 걱정하면 할 수 있는 정책은 하나도 없다. 생활임금은 일의 성격이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임금, 그저 최저 시급에 맞추어 일을 시키는 임금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생활임금의 목적은 명확하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향상시켜 빈곤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다운 삶, 즉 안정된 생활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임금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지자체 생활임금은 평균 7623원(월 158만7000원)이다. 곧 대부분의 지자체가 내년도 생활임금을 결정한다. 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지자체에서 많은 고민이 있다고 한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밝혔기에 이제 생활임금은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지 함께 고민할 시기다. 현재 생활임금을 시행하고 있는 곳은 임금불평등이 심각한 국가들이다. 미국보다 늦게 출발한 영국은 3249개의 기업들이 생활임금 지급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가을이면 1주일 동안 생활임금 주간을 지정하기도 하고 인증제도 시행한다. 영국에서 대학과 병원 그리고 민간기업까지 생활임금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유의미한 시사점을 준다. 그래서 우리의 생활임금제도는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한다. 낮은 최저임금을 견인하기 위한 목적에서, 적용 범위의 ‘확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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