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분석(상): 경영분석을 노동자가 활용한다는 것의 의미

노동사회

경영 분석(상): 경영분석을 노동자가 활용한다는 것의 의미

구도희 0 5,284 2014.11.07 03:00
 
요즘 때 아닌 경영분석이 논란이다. 1만여 명에 달하는 금융권의 정리해고가 소리 없이 진행됐다. 희망퇴직과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의 은밀한 정리해고가. 현대중공업의 3․4분기 예상실적은 마이너스 1조 8천억 원. 임원 260명의 전원 사표(30% 해고) 제출. 국내 최초 생산직 출신 임원의 탄생이라며 현대중공업이 날이면 날마다 벌이는 ‘언론플레이’가 가관이다. 이 모든 게 20년 무파업을 깨려는 노조에 대한 초특급 압박 전술인가. 롤스로이스 마린코리아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노동자 정리해고. 내년에 생산량이 급증한다는 내부문건이 발각됐는데도 급기야 직장폐쇄로 치달은 두원정공의 노자대립도 경영부실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공방에서 비롯됐다. 
모름지기 기업을 알아야 한다. “회사가 어렵다는데 그게 우리 탓인가?”, “만날 적자란다. 우리가 보기엔 아닌데…”, “올해 실적이 떨어져서 임금인상이 어렵다.” 교육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 태반이 이런 말들을 했다. 노동조합의 가장 큰 역할은 임금인상이 아닌가. 무엇 때문에 노동자들은 임금과 경영의 상관계수를 이렇게 비관적으로 보는 걸까? 임금인상과 경영실적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기에. 물론 (여러분이 충분히 예상하는 대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대체로 임금과 실적은 정비례하지 않을까 하는 거다. 하지만 우리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걸 경험으로 안다.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임금‘투쟁’을 하지 않으면 임금‘인상’을 하기 어렵다는 것을. 노동조합이 경영분석을 통해 임금인상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고, 경영감시라는 간접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세간의 평가는 틀리지 않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경영분석을 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부터 경영분석 속으로 들어가 보자.
 
왜 경영을 알아야 하는가
최근 문제 사업장들뿐만 아니라 몇 년째 싸움 중인 쌍용자동차, KEC, 콜트콜텍, 흥국생명, 코오롱은 하나같이 정리해고를 한 사업장이다. 회사의 일방적 정리해고 통보로 이른바 ‘죽은 자’의 지난한 투쟁이 시작됐다. 이러다 회사가 망하게 생겼다며 노동자더러 양보하라는 기업의 논리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내세운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으로 이어진다. 경영상의 이유(정리해고 제1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대 정리해고반대투쟁의 구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싸워야 한다.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시대를 사는 노동자들에게 상식으로 통한다. ‘괴물’이 된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재벌은 말할 것도 없고 한화, 태광, 효성, CJ 등 대기업 재벌에는 부정과 비리가 차고 넘친다. 불법비자금, 편법․변칙증여, 세습 경영승계, 순환출자구조의 악용, 부당내부거래, 특혜․탈세로비, 금융투기자본, 인수합병 철수 등등. 기업은 노동자들에게 줄 돈은 없어도 땅 살 돈은 있는 법이다. 자산 손실, 이익 저하도 모조리 정리해고로 메워야 한다. 특정 목적을 위해 내부거래 단가를 높여 어떤 계열사의 수익을 보장해주면 이로 인해 가중된 손실은 다른 계열사로 전가된다. 2011년 재벌 총수 일가들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10조 원가량 재산을 늘렸다. 쌍용자동차, 대우건설의 사례에서 보듯 ‘회계조작-분식회계’ 규모는 점점 커진다. 예컨대 열거한 사항들에 대해 어느 정도는 경영분석으로 답할 수 있다.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고 감사보고서에 나온 주석사항을 살펴보면 재무구조와 수익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현금흐름표를 보면 돈의 흐름도 알 수 있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부당한 이유를 찾아낼 수 있다. 적자타령이나 지불능력에 입각한 임금인상 불가를 외치는 자본의 이데올로기도 막아낼 수 있다. 회사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간 문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경영부실의 진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 경영분석을 한다. 최근 ‘감옥에 들어가 있는 재벌 총수들을 사면해야 하지 않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이 있었다. 난데없는 총수사면론도 기가 찬데 정부는 부자감세까지 들먹이며 일단 경제를 살려야 하지 않느냐고 한다. 유전무죄? 기업을 말아먹고 경제를 파탄 낸 사람이 대체 누군데! 
 
 
경영분석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들
기업경영분석은 특정 기업의 경영에 관한 여러 측면을 분석하여 최근 몇 년간 경영실태와 향후 전망을 파악하는 작업이다. 넓은 의미로는 재무회계분석, 사업분석, 조직분석, 인사제도(임금고용구조)분석, 노사관계분석, 산업분석, 국가․세계경제분석 등을 포괄하는데 좁은 의미로는 재무회계분석에 국한한다. 기업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이 많은 분야들을 다 봐야 하지만 여기서는 좁은 의미의 경영분석으로 통하는 재무회계분석 위주로 볼 것이다.
재무회계 중심 경영분석이라고 하니 바로 떠오르는 게 있다. 손익계산서, 경영설명회 같은 것들이다. 회사는 분기별로 경영설명회를 열어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를 유도한다. 경영설명회는 대개 ‘경쟁사를 추월해야 한다, 목표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달성해야 한다’는 새마을운동식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주류경제학에서 경영분석을 일컬어 ‘성적표’니 ‘건강진단서’니 하는 것도 다 실적 중심 사고에 머문다. 한 해 동안 얼마큼 팔아 얼마를 남겼는가가 최대 관심사니까. 반면 우리의 관심사는 사뭇 다르다. 우리가 경영분석을 하는 목적은 재무제표(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 제조원가명세서,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등 경영분석의 기본 재료가 되는 5가지 재무제표)를 훑어보면서 회사의 상태를 정확히 밝혀내는 데 있다. 상대방을 알아야 싸운다. 임단투 기간에 회사가 퍼뜨리는 온갖 악소문의 진위를 분별할 수 있는 힘도 경영분석을 통해 기를 수 있다. 회사를 잘 아는 것은 단결된 조합원의 힘을 노동조합으로 모아 싸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다. 
경영분석을 통해 할 수 있는 것, 수년간 경험으로 말할 수 있는 경영분석의 의의라면 무엇보다 교섭력 제고를 들 수 있다. 자본이 습관적으로 얘기하는 적자 타령에 쐐기를 박고 기업운영과정에서 발생했던 경영상 비민주성과 부실 문제에 대해 비판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자본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맞불 놓기’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불능력에 입각한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노동조합의 대응논리로 받아칠 수 있었다. 임금은 기업의 지불능력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 기업별, 산업별, 국가 수준의 임금은 노동과 자본의 첨예한 계급투쟁, 그 힘의 관계로부터 비롯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하지만, 소소하게 취급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교섭력을 제고하여 자본과 맞붙어도 얼마(몇 %) 안 남는다는 것이다. 교섭석상에 들어가는 많은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이것이 딜레마라는 걸 알 것이다. 원칙으로 돌아가자. 노동조합의 임금투쟁은 임금이 노동력재생산비용이라는 허구를 깨기 위함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력 상품은 자기가치 이상을 생산하는 특수한 상품이다.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때문에 착취가 발생한다. 임금은 노동력가치의 화폐적 표현이며, 노동조합에서 흔히 노동력재생산비용이라고 정의하는 부분이다. 자본의 이데올로기는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는 것으로 지속된다. 따라서 노동권은 부정되고 노동력은 상품이 된다. 다시 묻자. 임금은 노동력가치를 보장하는가? 자본은 결코 재생산가치(초과착취와 여성의 재생산노동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 임금형태는 이로 인해 과잉착취 경향을 띠며 노동권을 완전히 배제하는 소유권의 전일적 지배로 나아간다. 임금은 노동력재생산비용이 아니다. 임금은 노동력가치의 일부만 보장할 뿐이다. 그러니 ‘얼마, 몇 %’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아무리 임금인상을 한다 해도 임금노동자를 벗어날 수 없다. 그리고 노동조합은 ‘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의 대표선수다. 따라서 임금투쟁의 과정은 임금이라는 것의 본질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일이 되어야 한다. 
 
 
경영분석, 한계부터 알고 가자
경영분석의 가장 큰 한계는 무얼까? 그건 우리가 쓰는 재료 그 자체다. 감사보고서라고 하는 것이 100%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가 공시(公示)자료이기에 이것을 볼 수밖에 없다. 회계사들이 연말결산 시점에 기업을 위해 작성한 보고서, 이는 정확히 말해 을(乙)이 갑(甲)에게 만들어주는 ‘경영컨설팅’ 보고서인 셈이다. 을은 갑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일명 ‘마사지’를 할 수밖에 없다. 실제 경영분석을 하기 위해 재무회계자료를 들춰보면 4대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이 기업 경영분석을 거의 전부 도맡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기서 던져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경영분석의 한계를 더 면밀히 짚어보자.
경영분석의 일차적인 한계는 자료수집 취약, 역사적 원가주의라는 보수주의 회계원칙, 비재무요소 누락에서 기인한다. 공시자료가 나오지 않는 경우 회사에서 자료를 빼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익히 알 것이다. 나아가 본질적인 한계는 경영분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자본가는 신경영전략, 신인사제도, 경영합리화, 아웃소싱, 구조조정이라는 갖가지 ‘경영담론’을 통해 끊임없이 노동에 대한 도발을 감행한다. 또한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이러한 공격은 진행된다. 정리해고요건 완화, 파견법, 노동유연화, 타임오프제 등이 그것이다. 어찌 보면 이렇게 매일매일 생산현장 내외에서 벌어지는 노자대립의 결과가 기업경영의 결과다. 그런데 경영분석에는 노동과정에서의 자본과 국가의 노동착취와 계급 간 다양한 대립과 갈등, 투쟁은 사라지고 만다. 경영분석은 계급 대립의 과정이 생략된 채 결과만을 분석하는 것이며, 경영분석을 가지고 하는 투쟁 역시 어디까지나 사후적이고 수동적이다.
그 외에 몇 가지 한계가 파생되기도 한다. 경영분석 결과에 지나치게 위축된다거나, 현장투쟁을 조직하는 것보다 경영분석 결과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생겨나는 것이다. 경영분석이 해악으로 기능하기도 하는데 이는 물론 노동과 자본을 동일시하는 경우다. 드물지만 해당 기업 경영실적에 매몰되어 노동자가 자신의 생각을 자본가와 일치시킬 때 노동자 의식은 사라지고 동업종 타 업체와의 비교에 얽매인다. 이 경우 경영분석은 노동자의 연대의식을 고취하기는커녕 노동자 의식을 개별기업 의식 안으로 가두어 버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최근 흐름을 통해 경영분석의 쓰임새를 진단하자면 장단점과는 별개로 그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리해고, 손해배상, 통상임금 등 노동운동에서 법제도투쟁이 중요해지고 그 비중이 늘어나면서 경영분석의 쓰임이 확장된다. 임금투쟁에서 근거자료를 만들고 교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활용되기 시작한 경영분석이라는 ‘노동자의 방법론’이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좋은 일인가? 금융감독원이 고유 직분을 망각한 채 특혜에 간여하고 회계조작이라는 중대범죄를 눈감아 주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마당에 과연 감사보고서로 모든 걸 파헤칠 수 있을까? 기업 관련 재무회계자료 일체가 동원되지 않고서 감사보고서만으로는 미흡하다. 
 
경영분석 준비 작업은 이렇게
우선 재무제표부터 입수하자. 외부감사를 받는 법인이라면 재무제표를 구할 수 있다. 일단 소속회사 법인 종류(외감법인-자산 규모 100억 원 이상 외부감사를 받는 법인, 등록법인-회사채를 발행하는 법인 이상 비상장, 상장법인-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이 거래되는 법인)를 파악한다. 다음으로 감사보고서(반기․연간), 사업보고서(분기별․반기별 사업보고서), 영업보고서, 결산보고서, 경영설명회 자료 등 경영 관련 모든 자료를 입수한다. 추가하여 제조업의 경우 제조원가명세서, 그 외 공사원가명세서나 서비스원가명세서 등 업종 특성에 따른 세부명세서를 입수한다. 제조원가명세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원가’ 계산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경영분석을 위해서는 일단 재무제표를 입수해야 하고 이를 초벌 가공해야 한다. 재무제표-감사보고서(주석사항 확보)를 비롯하여 제반 경영자료를 회사에 요구하여 입수한다. 이 경우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상세한 자료를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일정 규모 이상 재무제표는 공시되고 있기 때문에 공시자료를 이용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자료를 구하고 엑셀 프로그램에서 초벌 가공한다. 이때 3~5년 치 재무제표를 옮겨와 연차적 흐름을 비교하도록 한다. 그리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http://dart.fss.or.kr/)에 들어간다. ‘회사명’ 란에 회사 이름을 적고, ‘기간’ 란의 연도를 고쳐, 보고자 하는 재무제표들을 얻는다. 재무제표는 감사보고서에 있는데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주식이 상장되어 거래되는 기업의 경우 사업보고서에서도 구할 수 있다. 감사보고서에는 사업보고서에 없는 ‘주석사항’이 있고, 사업보고서에는 재무제표 이외에도 회사와 관련한 여러 정보들이 있다.
 
이제는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을 알아야
회계기준이 변경됐다. 변경된 기준을 알아야 한다. 재무제표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작성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자본시장통합법을 제도화하며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깊숙이 편입됐다. 회계상 징후로는 단연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을 들 수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을 세계 표준으로 계량화시켜야 내다팔기도 좋고 외국인들이 투자하기도 좋다는 거다. 2011년 한국은 K-IFRS 재무보고를 위한 개념체계를 정립하고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K-IFRS를 의무화했다. 현재 기업회계기준의 적용은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상장)․일반기업회계기준(비상장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대상)․특수분야회계기준(금융업종 등)으로 분류되며 따로 중소기업회계기준(외감법 대상이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2013년 2월부터 시행)을 만들었다. 따라서 현재 작성되는 재무제표는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이 각기 다른 기업회계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외부감사를 받는 범위도 자산 규모 100억 원 이상으로 상향조정되었다. 노동자들로서는 재무회계자료 접근이 더 어려워졌다. 2010년부터 외부감사 범위가 자산 규모 70억 원 이상에서 100억 원으로 뛰었으니 말이다. 기업 규모가 어느 정도 되지 않고는 외부에서 재무회계자료를 구할 수 없다.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은 경영정보 접근권에 있어 그만큼 취약해졌다. 한국은 더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자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되어가고 있다. 감세, 규제완화, 반노조 등으로 대표되는 친기업 정책이 소수에게만 부를 집중(주주가치경영)시키는 가운데 금융투기의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회계 흐름의 큰 특징은 시가회계, 연결회계, 현금흐름회계 이 세 가지다. 이에 부합한 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 도입 의의도 주가 되는 부분은 ‘연결재무제표의 주재무제표화’라고 할 수 있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기존 공시계정의 축소와 상이함을 예상할 수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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