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을 위한 전교조의 험난한 길

노동사회

참교육을 위한 전교조의 험난한 길

구도희 0 2,972 2014.09.04 03:36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설립 당시부터 탄압을 받았고, 투쟁으로 노조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2014년 6월19일 전교조는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고용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고 법외노조가 됐다. 1989년 창립 당시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시 법 밖으로 밀려났다.
전교조의 역사 속에서 탄압은 성장의 계기가 되었다. 따라서 이번 법외노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고, 이 투쟁을 통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방향을 찾아보려 한다. 
 
2009년부터 이어진 전교조 법외노조 시도 
정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시도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는 전교조 무력화 시도를 노골적으로 전개했다. 우선 조합비를 급여에서 원천징수하는 ‘체크 오프제도(check-off system)’를 통해 매년 급여담당자에게 자료를 제출하게 하여 정부가 전교조 가입과 탈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당시 이명박 정부가 예상했던 숫자보다는 적은 수였지만 상당한 수의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했다.
2010년 4월2일 고용노동부는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 제9조, 부칙 5조 등을 시정하라고 규약시정명령을 내렸다. 전교조는 규약시정명령에 대해서 취소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2012년 1월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규약시정명령만으로 이미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 수는 없었다. 전국공무원노조와 같이 규약이 미비하거나 잘못되었을 경우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수 있는 노조법상 조항은 있으나, 현재 있는 노동조합의 설립을 취소하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이 ‘노조 아님 통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이기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해 부담을 가지고 머뭇거렸다. 
2013년 2월에 고용노동부 담당자들을 통해 전교조 법외노조에 대한 얘기가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나고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라서 법외노조 시도가 부담스러웠는지 2013년 상반기는 무탈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2013년 9월23일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해고자 조합원 인정에 대한 규약을 30일 이내 시정하고 해직조합원을 배제하지 않을 경우에 노조 아님을 통보한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전교조에 대한 탄압을 본격화한 것이었다. 
전교조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2013년 10월18일 전체 조합원의 3분의 2가 넘는 68.59%의 찬성으로 “9명의 해고자를 조합원에서 배제할 수 없다”며 고용노동부의 탄압에 맞섰다. 2013년 11월13일 서울행정법원이 법외노조통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한숨 돌렸으나, 결국 2014년 판결로 전교조는 법외노조가 되었다. ‘노조 아님’ 통보와 관련한 법적 쟁점은 다음과 같다.
 
 
 
독재시대로 회귀하는 판결과 교육부의 탄압
2014년 6월19일은 전교조 역사에서, 아니 한국노동의 역사에서 있어서는 안 될 판결이 내려진 날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전교조의 6만 명 조합원 중에서 해직자가 9명이 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를 정당하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은 노조의 실제 조직여부를 법원의 판단 근거로 삼았던 실질설을 포기하고, “법 한 구절이라도 어겼느냐?”며 노조의 존재 여부를 형식설로 판단․판결한 몇 안되는 사례이다. 또한 노조 설립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하는 헌법의 정신과 ILO규약 중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전교조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노조가 법적인 권리를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설립된 노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은 상위법인 노조법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 법체계 상 잘못된 시행령인 것이다. 이 시행령은 1989년 노태우 독재정권에서 (구)노조법상 노조해산 조항이 삭제되자, 국회 입법을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만든 악법이다. 이런 악법이 사문화되었다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교조에만 적용되어 죽은 법률이 살아 있는 전교조를 법 밖으로 몰아내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이번 판결로 한국의 모든 노조는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설립되어 있는 노조도 법외노조로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된 구시대적이고 독재적인 판결이며, 국제노동기준에 맞지 않는 전형적인 노동후진국 판결이다.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공공부문 노동에 대한 탄압이며, 노동계 전체에 대한 탄압이다. 이번 판결로 우리 사회는 독재정권시대로 회귀하게 되었다.
교육부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과 함께 ‘전교조 법외노조에 따른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후속조치의 내용은 노조 사무실 및 지원금 회수, 노조 전임자에 대한 전임휴직 취소와 복귀, 단체협약에 대한 취소, 급여에서 조합비 원천징수 금지, 각종 위원회에서 전교조 위원 배제 등이다. 전교조 활동력의 근간인 조합비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전임 휴직자를 복귀시킴으로써 전교조의 활동력을 위축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이 현 교육제도의 문제점과 지나친 경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고도 “전교조는 가만 있으라”고 말하는 것이다. 정권은 후속조치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전교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조퇴투쟁과 세월호 관련 박근혜 퇴진 교사선언에 대해 형사상 고발을 하였다. 교육부의 행정적 탄압에 만족하지 못하고, 검찰 권력까지 동원하여 전교조를 탄압하는 것이다.
 
전교조 탄압은 민주진보세력에 대한 탄압
교육의 목적은 학생을 의미 있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정의는 단순하지만 이 속에는 복잡한 문제들이 들어 있다. 우선 ‘의미 있는 변화’의 정의는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그 까닭은 교육은 가치를 전제로 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들을 스스로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우선하는 사람으로 변화시키려는 기관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이데올로기적이다. 현재 한국사회는 이념적인 갈등 구조에 놓여있다. 1995년 5월31일에 발표한 5.31조치는 경쟁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바탕으로 입안됐다. 그러나 전교조는 신자유주의를 거부하고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협력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교육의 흐름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그 결과로 진보교육감들이 당선될 수 있었다. 
전교조는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지향한다. 이는 신자유주의 교육과는 다른 교육으로 자율형사립고, 특수목적고등학교 식의 특권교육을 반대한다. 교사 간의 평가시스템을 강화하는 성과급과 교원평가 역시 반대하며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교육 구성원 간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추구한다. 
2013년 교학사 교과서로 대표되는 친일독재 미화 교육이 역사교육의 주도권을 장악하려고 했다. 전교조는 미래지향적인 민족, 민주교육 추구를 통해 수구보수적인 흐름에 맞서고 있다. 전교조를 비롯한 역사 단체들은 친일독재 미화를 반대하는 핵심 세력이 되어 한국 사회의 방향 정립을 놓고 싸우고 있다. 
경쟁을 통해 교육을 사유화하려는 세력은 전교조가 추구하는 공공성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공동체주의를 맹렬히 반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공공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사립학교법을 다시 사유화하기 위해 거리에서 극렬하게 법 개악을 주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박근혜 당시 대표는 전교조를 해충에 비유하면서 “한 마리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교조 탄압에 대한 투쟁은 단순히 노조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 아니다. 친일독재로 가는 퇴행적인 정서와 생각을 가진 이들에 맞서는 싸움이다. 전교조는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노동자로서 한국사회의 지향점을 놓고 싸움의 한복판에 서 있다. 전교조에 대한 탄압이 단순히 하나의 노조에 대한 탄압이 아니라, 민주진보세력에 대한 탄압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노조 활동력 확보와 교육문제 일거에 해결할 투쟁
법외노조 판결 이후 교육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후속조치를 발표했고, 전교조의 활동력을 위축시키려 한다. 전교조가 더 이상 활동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탄압에 의한 활동 위축은 조합원 수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활동력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전교조는 교육부의 의도와는 반대로 투쟁의 흐름을 만들고 있다. 우선 교육부는 노조 활동에 재정적인 압박을 가하기 위해 급여를 원천징수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에 전교조는 조합비 수합 방식을 CMS로 전환하면서 재정적인 안정화를 꾀함과 동시에 조합원 수와 재정 규모에 대한 정보를 정부가 파악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정부는 전임자 복귀로 활동력을 약화시키려 했지만, 현재 전교조는 전임자 중심이 아닌 현장 활동력을 통해 전임자의 빈자리를 채워나가고 있다. 또한 투쟁이 현장활동력 복원과 현장활동가의 양성으로 이어지게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침 전교조는 법외노조 투쟁 이전에 제기된 전임자 중심의 관료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던 차였다. 따라서 현장활동가를 바탕으로 한 현장활동력이 복원된다면, 전교조의 조합 내 민주주의를 향상시키고 조직력은  더 튼튼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전교조의 조합원 감소세는 현저하게 줄고 있다. 오히려 조합원이 증가하는 지역이 생기면서 조합원 확대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2014년 하반기에는 조합원 확대를 위한 공세적인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법외노조화를 통한 전교조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교육부의 후속대책이 무력화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전교조 탄압이 내부 문제를 일정 정도 해결하는 예방 백신 역할을 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국회의 법 개정으로 개선할 수 있다. 노조법 제2조의 근로자 개념에 해고자, 실직자, 구직자를 포함하면 된다. 또 교원노조법에서 교원노조 가입대상자를 교원자격증 소지자로 확대하여 해고자, 실직자, 구직자 등을 포함하면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현재 한명숙, 심상정 의원이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야의 대치 상황에서 법 개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정치적 지형의 변화와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교원노조법과 노조법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전교조 법외노조 투쟁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투쟁이다. 전교조의 활동은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이었으며,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이었다. 현재 자사고와 특목고 같은 특권학교로 인한 일반학교의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교육 불평등은 심화되고, 계급․계층적 분화가 고착화되어 결국 사회의 불안과 갈등요소가 증폭될 것이다. 교육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를 돈 중심의 사회로 만들려는 것이다. 친일세력들은 친일독재를 미화한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만들려고 한다. 이 같은 교육의 당면과제들은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과거로 퇴행하고 민주주의는 질식사할 것이다. 그래서 전교조의 법외노조 투쟁은 활동력을 확보하는 투쟁인 동시에 현안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전 사회적인 투쟁일 수밖에 없다.
 
탄압은 곧 전교조 투쟁의 발전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강력하고 치밀하다. 전교조는 탄압에 맞서 노조로서 가장 원칙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조합원 총투표 결과를 근거로 해직조합원을 지키면서 가장 선진적인 노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규약을 개정해 예비교사에 대한 조합원 자격부여, 해직자․기간제교사․퇴직자에 대한 조합원 가입을 허용하는 운동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 노조법 밖의 노조가 됐지만 전교조는 헌법상 노조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탄압에 맞서는 과정은 분명 괴롭고 힘들다. 노조활동이 일부 위축될 수도 있다. 그러나 탄압에 대한 대응을 통해 전교조는 내부 단결력 확보와 현장집행력 강화라는 투쟁의 좋은 전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탄압이 강하고 사방에서 진행될수록, 견디고 이겨 내는 힘도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전교조는 1989년에 1,500명이 넘는 해직자의 투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다. 법외노조라는 탄압 역시 뚫고 일어나 ‘탄압이 곧 우리 투쟁의 발전’이라는 명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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