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19대 국회 하반기 환노위

노동사회

미리보는 19대 국회 하반기 환노위

구도희 0 3,934 2014.09.04 03:30
 
사람·의제·대외여건 어느 것 하나 긍정적인 것이 없다. 19대 국회 하반기 환경노동위원회는 암울한 분위기 일색이다. 환노위가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과정에서부터 소속 의원들의 면면, 앞으로 다루게 될 의제를 중심으로 하반기 환노위 활동을 전망해 봤다. 
 
우여곡절 거듭한 국회 원구성
국회 원구성부터 우여곡절이었다. 지난 6월24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상반기에 여당 7명, 야당 8명이던 환노위를 새누리당 8명, 새정치민주연합 7명으로 조정한 원구성에 합의했다. 야당 몫으로 배치됐던 비교섭단체 한 석은 빼기로 했다.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 바뀌게 되는 순간이었다. 양당 원내대표의 이날 합의 발표 이전부터 국회에서는 하반기 환노위가 여대야소로 재편될 것이란 소문이 무성했다. 국회 사무처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환노위가 여대야소로 명시된 하반기 국회 원구성 개편안도 양당 원내대표 발표 이전부터 국회에서 떠돌아다녔다. 취재 과정에서 “이완구 원내대표가 원구성 협상을 앞두고 환노위를 희망하는 의원들에게 반드시 여대야소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는 새누리당 관계자의 발언도 확인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모든 공식라인은 환노위 여대야소 개편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며 발표직전까지 부인했다. 
 
환노위 여야동수 구성…절박한 새누리당, 안이한 새정치연합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이 같은 합의에 따라 19대 국회 상반기 환노위에 참여했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다른 상임위로 소속을 옮겨야 할 처지가 됐다. 2004년 17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진보정당이 환노위에서 빠지게 되는 셈이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반발했다. 심 의원은 여야 원내대표의 하반기 원구성 발표가 있던 날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에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환경·생태 보호를 위해 일하고 싶은 국회의원이 왜 환노위에 갈 수 없느냐”며 “상임위 정수 규칙을 명분 삼아 비교섭단체를 환노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항의했다.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시민단체의 항의가 잇따르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원구성 발표 하루 뒤인 6월25일에 환노위 정수를 새누리당 8명·새정치민주연합 7명·비교섭단체 1명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양당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8월25일 현재까지도 환노위의 정수는 15명이다. 환노위의 정수를 16명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상임위원회 위원정수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개정되지 않고 있다. 규칙 개정이 미뤄지면서 심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 실제는 환경·노동 이슈를 다루고 있다. 하반기 환노위 원구성을 두고 벌어진 이 같은 촌극은 환경·노동 분야의 규제완화를 목표로 삼은 새누리당의 각오와 새정치민주연합의 환노위에 대한 감수성 수준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수조정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으면서 환노위의 기본 활동도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법안 제·개정의 첫 관문인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활동할 의원 명단이 확정되지 않아 입법 활동은 중단된 상태다. 국정감사에 부를 증인 명단을 확정하기 위한 여야 합의도 순조롭지 못하다. 환노위의 비정상화는 세월호 정국이 타개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성 대신 전투력 앞세운 새누리당
환노위를 구성하는 여야 의원들의 면면에서도 하반기 상황을 엿볼 수 있다. 새누리당은 상반기에 이어 환노위에 잔류한 최봉홍·주영순 의원을 포함해 권성동·김용남·문대성·민현주·양창영·이자스민 의원 등 8명을 배치했다. 최봉홍 의원을 제외하고 노동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은수미·장하나·한정애 의원이 하반기에도 남고, 이인영·우원식·이석현 의원이 환노위에 새롭게 들어왔다. 국회 부의장인 이석현 의원은 환노위 희망자가 부족하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요청을 듣고 합류했다. 
새누리당에서 새로 합류한 의원 중 상반기에 환노위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는 의원은 권성동·민현주 의원이다. 민현주 의원은 상반기에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입법화하는 데 앞장섰다. 임신 12주 이내와 36주 이후인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킨 바 있다. 민 의원이 시간제 일자리와 관련한 입법 시도를 할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해 7월 민 의원은 당시 환노위 소속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과 공동으로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이후 가칭 ‘시간제 근로자 보호 및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발의할 계획이었으나, 준비 부족과 새누리당 내부의 이견으로 아직 발의하지 못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상반기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여당 간사를 맡았다. 올해 2월과 4월 권 의원은 환노위를 통과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 처리를 법사위에서 막았고 이에 환노위 여야 의원들은 법사위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등 환노위와 악연을 맺은 바 있다.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보험모집인·학습지교사·골프장캐디·콘크리트믹서트럭운전사·택배기사·퀵서비스기사 등 특수고용직 6개 직종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권 의원은 산재보험법 개정안에 대해 "학습지교사 등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소득 증감이 있지만, 보험모집인은 그렇지 않고 사업자성이 강한 직종"이라며 "보험회사들이 산재보험보다 보장성이 높거나 동등한 민간보험에 가입시켰을 경우에 한해 산재보험 강제가입을 제외시켜 줘야 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환노위 여야에 따르면 권 의원은 하반기 환노위 원구성이 완료된 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인사차 만난 자리에서도 산재보험법 개정안에 대한 노동부의 입장 변화를 주문했다. 다행스럽게도 노동부는 상반기 환노위를 통과한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지지하는 공식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보험을 민간보험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권 의원의 발상은 하반기 환노위 활동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 의원실의 적극성도 눈에 띄지 않는다. 새누리당 보좌진들은 환노위가 구성된 지 2달이 지난 8월21일에서야 상견례를 했다. 
환노위원장을 맡은 김영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강력한 리더십을 보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김영주 위원장은 금융노조 상임부위원장 출신의 재선 의원이다. 상반기에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로 활동했다. 야당 간사인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도 재선 의원이다. 나이는 김영주·권성동·이인영 의원 순서로 많다. 
 
친노동 입법 가능성 희박해 보여
야당은 입법보다는 정부·여당의 정책 추진에 맞서는 방어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8월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입법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과 원하청 직접교섭 촉진,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 보장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목표 달성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상반기 환노위는 여소야대 지형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합의제로 운영됐다. 여야 어느 한 곳이 반대하는 법안을 강제로 처리한 전례가 없다. 여야 동수로 구성된 하반기는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도 못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놓은 비정규직 법안이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쉽게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해 원청업체를 하청업체 노동자의 교섭당사자로 규정함으로써 간접고용 노동자의 노동 3권을 보장하려 한다. 이른바 ‘삼성전자서비스 직접교섭 촉진법’으로 불리는 법이다. 하지만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7월21일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사내하도급의 경우 법적으로 보면 협력업체에 고용된 정규직이지 않느냐”며 “간접고용은 우리 경제의 악이고 직접고용만 선이라고 하는 이런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야당이 이 같은 가치관의 간격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
 
정부 정책 방어전도 만만치 않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7월24일 발표한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경제정책 방향의 불똥도 환노위에 튈 전망이다. 이른바 ‘최경환노믹스’의 가장 특이한 점은 경제성장 프레임이 기업소득 중심에서 가계소득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방향을 잡은 점이다. 보수세력이 낙수효과 대신 소득주도 성장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여겨진다.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이 경제정책 방향에 포함된 것도 이색적이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자율 전환을 유도하거나, 중소기업에 한정해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 등 새로운 것은 없다. 
오히려 야당과 노동계의 저항이 불 보듯 뻔한 내용도 포함됐다. 비정규직 사용규제 합리화라는 명목으로 파견대상 확대와 파견제한을 완화하려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단 정부는 고소득 전문직·고령층·농림어업에 파견을 허용하겠다며 제한적인 파견확대 정책을 내놨다. 파견대상 확대는 경영계의 오랜 숙원으로 매 정권마다 이를 시도했다. 이번 대책은 한정적인 파견확대지만 노동계는 논란의 여지가 적은 영역에서부터 파견확대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최경환노믹스가 제시하는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 방안인 시간제일자리 확대도 고용안정과 임금보장·사회보험적용 문제 등에서 해법이 제시되지 않는 한 야당의 동의를 받기는 힘들다. 하지만 야당의 고민은 정부 정책에 대해 국회가 간섭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정부 정책은 법률안을 제·개정하는 대신 시행령 개정이라는 우회 전략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 경우 국회는 장관을 불러 시행령 개정에 대해 윽박지를 수는 있겠지만 정책 방향을 틀게 만들기는 어렵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의료법이 의료법인의 영리화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의료법인이 영리추구를 확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정부의 노동 쥐어짜기 시도를 저지하고 서민의 소득이 증대되는 방식의 담론을 확대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여당의 주장을 막는 것은 가능한데 정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국회를 우회할 경우 막아낼 방법이 없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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