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차 노동포럼 '사내하도급 실태와 개선방안'

e노동사회

제100차 노동포럼 '사내하도급 실태와 개선방안'

제100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포럼 "사내하도급 실태와 개선방안"이 2013년 4월25일(목) 오후 3시~6시 국회의정관 101호에서 개최됐습니다.

우리 연구소가 주최하고, 은수미/심상정 국회의원실이 주관하며,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 사무소가 후원하였습니다.

발표 내용은 첨부된 자료집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은수미 의원의 토론문을 첨부하오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토론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지정토론]

 
노광표: 발표를 통해 여러 가지 쟁점들이 제기됐습니다. 이제 지정토론이 이어지겠는데요. 토론자로 참여하신 각 당 국회의원들께서 사내하도급 관련 어떤 입장을 갖고 있고, 어떻게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계신지에 여러분들이 관심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 세 분 외에도 박지순 교수와 한국노총의 유정엽 실장, 민주노총의 김태현 원장께서도 유익한 토론을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먼저 이종훈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토론을 듣겠습니다.  
 
양 극단 사이 ‘회색지대’를 규제하는 법안
 
이종훈: 2007년 직접고용 기간제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하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제정된 이후에 간접고용 부문으로 ‘회전문 효과’와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 부분 제기됐습니다. 또한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제도적 장치로는 사유제한, 기간제한, 차별금지의 세 가지 방안이 있는데, 사내하도급 등 간접고용에게는 이 중 어떠한 것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해 오래 전부터 개인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7년 환노위 국회의원 시절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에 대해 언급하고, 직접고용 비정규를 대상으로 하는 차별시정제도에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포함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컨대 사내하도급 보호에 대해 대통령과 현 정부도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18대 국회 말에도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보호와 관련된 법안이 당시 한나라당 의원총회를 거쳐 만들어졌다가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된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 새누리당에서 제기하는 사내하도급보호법안은 그러한 경험과 19대 총선 공약을 보다 구체화하는 방향에서 만들어졌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법조문을 하나하나 논평하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를 보다 종합적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가 현재 법제도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규제되고 있는가를 직시하고 사내하도급의 법제도적 보호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사내하도급보호법안을 내놓자 사측에서는 도급은 민사상의 문제인데 왜 노동법으로 규제하려고 하느냐고 합니다. 한 극단에는 사내하도급 근로자들은 이미 정규직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고, 다른 쪽 극단에는 사내하도급과 같은 간접고용 일체를 법적으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러한 양 극단 사이의 불투명한 회색지대가 현실임을 인정하고, 이를 규제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새누리당의 기본 입장입니다.     
한편, 사내하도급보호법이 현재 불법인 제조업 생산공정 파견을 사실상 인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느냐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저도 불법파견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그런 맥락에서 발언해왔습니다.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법적 방안과 행정적 방안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우선 그간 행정적으로 제대로 못한 부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입법적으로 해결할 부분에 대해서는 대선 공약에서 이미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불법파견이라고 인정되면, 동일한 상황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해 노동부가 특별감독을 해서 불법파견이라고 인정될 경우 직접고용을 하도록 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비정규직 차별시정과 관련해 한 명이라도 차별로 인정되면 동일한 상황에 놓인 나머지 근로자에 대해서도 차별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새누리당 방침입니다.
 
불법파견 합법화 우려, 고려할 것
         
사내하도급보호법안의 몇몇 조항이 불법파견을 합법화시켜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 잘 압니다. 여기서 일일이 논할 수는 없지만, 당 내부에서도 그런 지적에 대해 겸허한 태도로 면밀히 검토할 것이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다른 당 의원님들과 진지하고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 법이 간접고용을 늘릴 것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법을 통해 사내하도급에 대한 차별을 금지시키고 규제를 강화하면, 오히려 진성도급화 하여 문제 자체를 회피하려는 현재의 경향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상시 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직접고용을 하게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해보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대선 공약을 준비하면서도 상시 지속적인 업무라는 문구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정의할 것인가를 두고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고용안정성과 노동유연성을 현장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는 상당히 논란이 클 수밖에 없는 주제입니다. 상시 지속적인 업무를 간접고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우리 사회가 장기적인 논의를 통해 해결을 추진해가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대법원 판례 무력화할 새누리당 법안
 
은수미: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제가 연구자로서 사내하도급 문제를 다룬 게 약 7년 정도입니다. 참 해결이 안 되는 난제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그간 연구를 하면서 저는 현재의 사내하도급은 상당수가 사실상 불법파견 상태라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이를 법제도를 통해 규제하는 데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독자적으로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파견법과 근로기준법, 직업안정법을 개정하는 방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파견법을 폐지하고 관련 조항을 직업안정법으로 수용하는 방식입니다. 연구자로서 저는 이 중 두 번째 방식이 적절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내용을 들고 민주당으로 들어왔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이종훈 의원께서 계시기 때문에 관심 있게 들어주시리라 생각해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보호법이 가진 문제점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과거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사내하도급 관련 법안을 준비할 때 저에게도 조언을 요청해, 아주 강하게 사내하도급법을 만들면 안 된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또 당시 정부가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사내하도급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와중에 저를 불렀는데, 마찬가지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때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현재 새누리당이 제시한 사내하도급보호밥안에 담겨 있습니다. 제가 이 법안에 반대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불법파견과 관련해 2008년부터 축적된 판례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새누리당의 법안이 통과되면 2008년 이후 대법원이 판례로 확립한 불법파견 규정과 기준이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이 법안 정의 조항에 “수급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작업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 원사업주는 수급사업주의 협조를 받아 인사노무와 사용자책임에 개입하여”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대법원 판례가 불법파견의 증거로써 제기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법안은 이것을 사내하도급을 정의하는 조항에 넣어놨습니다. 원사업주가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의 직무교육을 위한 시설편의 또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거나 직접 직업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는 노력 조항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요컨대 정의 조항이나 노력 조항 대법원이, 이렇게 하면 불법파견입니다, 라고 대법원이 정해놓은 것을, 이렇게 하면 (합법) 사내하도급입니다, 라고 해놓은 거죠. 반드시 재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다음으로, 제20조 2항도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원사업주가 직접고용한 사람이나 파견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를 사내하도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노조나 노조가 없을 경우 과반수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와 ‘합의’도 아니고 ‘협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런 조항이 정규직의 정리해고와 도급화, 또는 최소한 파견노동자의 ‘불법파견’(사내하도급) 전환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이 법안은 처벌 수준을 지나치게 낮게 잡고 있습니다. 기간제법 등 유사 목적을 가진 법과 비교해봤을 때 매우 낮습니다. 대부분이 강행조항이 아니라 노력조항이고, 위반했을 때 처벌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근로기준법, 직업안정법, 파견법 개정해야
 
이상의 내용들 때문에 저는 이 법안이 불법파견을 제어하고 진성도급을 보호하는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누누이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의 내용 대부분은 관련 판례와 비교해서 걷어내야 합니다. 그동안 불법파견 문제는 의회도 별 관심이 없고 노동 쪽에서도 해결을 못해서, 그나마 법원 판례에 의존해서 개선돼 왔습니다. 새누리당의 법안은 이를 일거에 무너뜨릴 정도의 잠재적 폭발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점을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하는 사내하도급을 보호 방안을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적으로 현재 포괄적으로 사용되는 개념인 ‘간접고용’에 대한 정의를 근로기준법에 명확하게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직업안정법에서 ‘근로자공급사업’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명확히 하고 보호규정을 도입하고, 파견법에서 파견과 도급의 차이를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각 법안의 보호조항을 통해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시행 중인 방식에 따라 고용승계 부분을 민법이나 상법의 영업양도가 아니라 사용 규정으로 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이상으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새누리당은 불법파견 현안 해결의지부터 밝혀야
 
심상정: 이종훈 의원은 저와 의견을 달리하는 새누리당의 의원이지만 그 진정성을 신뢰합니다. 실제로 노동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고민하고 전향적인 해결의지를 갖고 계십니다. 절박한 노동문제 중 몇 가지라도 이번 국회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서로 자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내하도급법안을 만들 때도 좀 더 적극적으로 해서 야당의 문제의식을 받아 안도록 했어야 했는데 아쉽습니다. 이종훈 의원의 태도는 존중하지만, 현재 노동현실이나 정치상황을 볼 때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안이 진정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이 법안의 진정성이 수용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 여당이 해결의지를 보여야 하고, 하도급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현재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합니다.  
이 법안이 대법원 판례나 그간 축적된 불법파견 문제 규율 기준을 무력화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은수미 의원께서 잘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몇 가지 지적하자면, 먼저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위한 대책을 위해서는 우선 기업들이 하도급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온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표자들도 지적하셨지만, 저는 기업들의 하도급화 전략 선택은 비용절감에 대한 고려보다는 근로기준법 등의 법적 규제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가 작용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2012년 서울시에서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무기계약직 전환 관련해 연구용역한 결과를 보면, 직접고용 전환으로 약 53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제기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비용이 더 드는 선택일 수 있음에도 굳이 하도급을 선택하는 이유는 법적 규제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기업 측만이 아니라 정규직노조도 사내하도급을 자기들의 고용안정 완충장치로서 이용하고 방조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노동계의 성찰이 요구됩니다. 
 
정부도 모르고 있는 사내하도급 실태
 
다음으로, 현재 정부는 사내하도급의 실태와 조건에 대해서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할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국가 전체 규모에서 사내하도급 실태는 명확하게 조사되지 않았습니다. 어떤 조사에서는 규모가 32만 명가량이라고 하는데, 이 중 진성도급은 얼마나 되고 불법파견은 얼마나 되는지 정부조차 알고 있지 못한 상태입니다. 저희가 인천공항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해봤더니 사내하도급 대부분이 불법파견이더라고요. 정부가 정확한 실태를 제공해야 합니다.      
한편, 은수미 의원이 직업안정법, 파견법, 근로기준법 등을 개정해서 간접고용을 법제도적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제시하셨는데요. 저는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개정안은 냈습니다만 파견법과 직업안정법과 관련해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파견법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노총과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어쨌든 올해처럼 경제민주화 압력이 있고 환경노동위원회 구성이 상대적으로 좋을 때 국회에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은수미 의원의 방안대로 개정이 이뤄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한 가지 은수미 의원의 방안 중 간접고용을 허용하는 데 있어 민법을 제외한 다른 특별법에 의해 이뤄질 여지까지 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만 검토해주시면 힘을 모을 수 있을 거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현 정부도 공약했듯 간접고용 및 불법파견 문제의 개선은 공공부문부터 시작해야 할 텐데요. 공공부문 비정규직 확산의 주범이기도 한 ‘공공부문 경영평가제도’가 그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는 작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불공정한 원하청구조를 개선되어야 진성도급도 육성될 수 있고 사내하도급 규제가 원활해질 텐데요. 최근 정부여당 내 경제민주화 논의가 대폭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이종훈 의원께서 좀 더 적극적으로 챙겨주셨으면 합니다.   
 
노광표: 세 분 의원들께서 서로 결이 다르긴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장 불법파견으로 인한 갈등을 빨리 해결해야 한다, 간접고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아주신 것 같습니다. 이제 박지순 교수와 양 노총 정책담당자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국제적으로 유례없는 도급 규제
 
박지순: 사내하도급은 우리나라에서만 문제가 된 게 아닙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도 전국적인 문제로 부각된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독일에서 차별금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용절감을 위해 도급 전환이 늘어나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2000년대 중반 유럽연합에서 『그린북(Green Book)』이라는 책자를 낸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유럽의 노동정책에 있어 당면 과제로 제기되는 이슈들이 담겼는데, 그 안에 특수고용 문제와 도급 문제가 포한돼 있었습니다. 요컨대 국제적으로 봐도 아직까지 사내하도급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규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가 19대 국회에서 사내하도급 규제와 관련된 법안을 제정한다면 이는 국제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법을 하나 만들려면 그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행여 법이 만들어지고 나서 부작용이 발견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굉장히 많은 사회적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입법 활동은 모든 부작용 가능성을 검토해보고, 그럼에도 이 규제가 필요하다는 확신이 들 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나온 이야기들 중 검토가 필요한 부분들 몇 가지에 대해 토론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사내하도급의 정의에 관한 것입니다. 사내하도급법이 만들어지려면 ‘사내하도급’에 대한 적극적 정의가 내려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우리의 법은 도급에 대한 규정을 파견과의 관계 속에서 해왔습니다. 즉 파급에 대한 적극적인 정의에 대한 대응으로서 도급의 범주를 구성해왔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도급은 대상이나 방법에 법적 제한이 없습니다. 법이라는 것은 적극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이상 나머지는 허용된다는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은 예외로 하지만요. 어쨌든 그렇다면 사내도급이건 사외도급이건 금지영역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허용된다는 게 현행 법 질서의 전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지 규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명확해야죠. 현재 파견에 해당하는 것은 도급이 아니라는 규정은 파견법 안에 명확히 존재하니, 이를 바탕으로 사내도급을 규정하는 방안이 체계정합적일 것 같습니다. 어쨌든 현재 상황에서 사내하도급보호법을 제정하려면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간접고용을 법률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둘째, 오늘 여러분들이 간접고용에 대해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에 대한 정의가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은수미 의원께서 제시한 토론문을 보면 간접고용을 “제3자를 매개로 하여 근로자를 사용하는 고용형태”라 규정했는데요. 여기서 “제3자”의 개념이 뭔지 알기 어렵습니다.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모호한 표현입니다. 또한 “근로자를 사용하는”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여기서 “사용”의 의미 역시 사용종속성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닌지 명확치 않습니다. 만약 사용종속관계로 해석되는 것이라면, 이미 현행법을 통해서 해결되고 있는 상황을 문제 삼는 거죠. 이런 부분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사내하도급을 규제하려면 두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 파견법과 같이 도급 대상의 범위를 규정하는 방법입니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는 사내도급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또 하나는 도급 방식을 규제하는 방법입니다. 예컨대 자기 시설이나 작업도구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노무도급을 못하도록 하는 거죠. 이러한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법제화하려 할 경우 반드시 헌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겁니다. 기본적으로 도급이라는 것은 기업과 기업 간의 자유로운 계약 형태를 규정한 것이고, 그러한 자유로운 계약을 규제하려 한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노동법상 사용자 의무와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고용주가 도급관계를 통해 노동법적 규제에서 일탈하려는 개연성이 명백해야 합니다. 이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사내하도급 규제를 위해 현실적으로 쓸 수 있는 것은 결국 ‘법률상 추정’ 방식이 되겠죠. 이를테면, 이러이러한 상황에 있을 때는 도급이 아니라 파견으로 본다, 따라서 도급관계가 불법적인 파견으로 추정되면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다, 이런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법률적인 추정을 하기 위해서는 요건이 명확히 설정돼야 합니다. 그런데 은수미 의원께서 제시한 방안에는 추정 요건이 매우 모호해서, 구체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 해석 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판단의 기준이 되는 추정 요건을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법 체계, 경제상황 고려한 입법이어야
 
다른 한편으로 고민거리는, 이른바 법률상 문제가 없는 사내하도급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런 경우에도 분명하게 노동법적 테마가 존재합니다. 예컨대 직접고용 근로자가 아웃소싱이나 파견이 되는 과정을 노동법적으로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죠. 앞서 은수미 의원께서는 노사협의를 통한 아웃소싱 자체에 대해서 비판하셨는데요. 저는 오히려 그런 부분을 강화해서 직접고용 근로자들을 쉽게 아웃소싱이나 파견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하는 모델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진성도급 영역에서의 반복 갱신적 계약관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고용불안과 부작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고민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단계 하도급 관계 안에서 총수급인의 노동법상 연대책임을 확대해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우리 근로기준법의 정신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현행법 체계를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한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편, 사내하도급 관련 현실적인 고민들을 진전시키는 데 있어 차별금지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텐데요. 기간제나 파견의 경우처럼 차별금지를 법에다 명시해서 하청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게 할 것인가가 보다 구체적인 쟁점이 될 겁니다. 저는 이 방안은 법률적 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시정 청구 대상이 모호해지기 때문입니다. 차별시정을 위한 벌률관계 당사자는 고용주와 근로자이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왜 원청에게 차별시정 책임이 있는지를 규정하는 중간경로가 없는 거죠. 그런 중간경로 없이 바로 원청에게 차별을 시정하게 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합니다. 때문에 저는 근로기준법의 기본정신에 입각해서, 하도급계약 체결 시 그 노임의 단가는 직전 직영체제의 임금 수준을 하회해서는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단서를 다는 방안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도급계약의 법적 공정성을 확보한 후, 이를 깨뜨리려는 행위에 대해서 규제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현행법 체계에 무리 없이 수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운전을 잘하려면 눈앞의 정면만 보지 말고 멀리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노동법이 보다 많은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대로 지키려면 조금 멀리 봐야 합니다. 노동시장이나 경제 상황까지 봐야 합니다. 지금 선진국에서는 20% 정도를 완충지대로 삼아서 기간제나 도급 등을 활용하면서 경쟁력의 기초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까지도 고려해서, 우리나라에서 근로자보호제도가 경제환경이나 노동시장의 부작용과 조우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를 의제로 삼아서 논의해야 합니다. 좀 더 실증적인 검토와 치밀하고 섬세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진성도급과 파견노동 개념 뒤섞은 새누리당 법안
 
유정엽: 사내하도급 문제의 입법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접근하는 원칙과 방향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산업현장에서 사내하도급이 직접고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일부 악용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둘째,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이 동일가치노동을 제공함에도 원청 소속 노동자들에 비해 지나치게 차별받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먼저,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보호법안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진성도급일 경우를 전제로 여러 논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진성도급이라 정의된 내용이 상당부분 파견노동과 겹쳐져 보입니다. 한편, 새누리당 법안은 사내하도급 계약을 맺을 때 요건을 명확히 하고, 근로조건과 임금의 차별을 두지 못하게 하며, 고용안정을 도모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용자들이 직접고용을 회피하기 위해 노무도급을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없기에, 이 법안이 불법파견을 합법화시켜주는 결과를 낳을 거라는 비판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측에서는 도급과 파견의 구분 문제는 별개로 따져야 한다고 반론합니다. 과연 그런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새누리당의 법안은 파견의 법적 개념과 판단 기준, 이와 관련된 사용자 책임 등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법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수미 의원께서도 말씀하셨듯, 새누리당의 법안은 원사업주가 도급업체 노동자들의 근로시간과 휴게, 연장근로 등 각종 근로조건들을 사실상 노무관리할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또 사업계속성이 인정되는 경우 불합리한 차별에 대한 시정제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고요. 요컨대 새누리당의 법안은 사내하도급 관계에서는 원사업주가 도급노동자들의 고용과 근로조건에 간여하고 책임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즉, 정의 규정으로는 도급이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한다고 해놨지만, 실제로는 하청은 그렇게 할 수 없고 원청의 지시와 관리를 받는다는 인식을 전제로 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는 거죠. 요컨대 새누리당의 법안은 체계상 모순점을 갖고 있어 법률로서 성립이 곤란할 것 같습니다.        
 
직접고용 회피 위해 악용되는 도급 규제하자는 것 
 
가장 기본적으로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을 규제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직접고용 회피를 위해 간접고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이 제안하는 법안이 우리 생각과 방향을 같이합니다. 또한 상시 지속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을 고용해야 한다는, 이 법안이 제기하는  원칙은 박근혜 정부가 선거 때 제시한 공약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어쨌든 여야가 제기하는 법안들이 취지대로 현실에서 작용할까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지만, 서로 비판만 하기보다는 법안의 장점을 살려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내하도급 문제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상 직접고용 원칙을 확립하고,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나아가 노무도급 질서를 바로잡고, 불공정 하도급관계를 개선하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여야가 지혜를 모아서 법안을 만들거나 국회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박지순 교수께서 유럽연합에도 사내하도급을 직접 규제하는 법안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야당에서 제기하는 것 역시 도급을 직접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노무도급이 간접고용의 수단으로 잘못 남용될 가능성을 막자는 취지라고 이해됩니다. 또 노동시장이나 경제 상황 등 국가경쟁력 차원의 고려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실제 서울시에서도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돌리니 오히려 비용이 절감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진성도급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들을 법으로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시 지속 업무 직접고용 원칙 확립돼야
 
김태현: 노무현 정부 때 비정규직법이 통과된 이후 표면상의 비정규직 수는 줄어들었지만 간접고용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중 특히 사내하도급이 매우 늘었습니다. 이들의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각 정당 차원에서 비정규, 사내하도급, 간접고용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이 제출됐고, 최근 국회에서도 입법적인 논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도 환노위 세 분의 의원들께서 오셨는데, 사내하도급 문제 개선을 위한 법적 대책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가지고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모쪼록 실효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촉발되고, 올바른 방향을 잡아가는 방안이 도출되었으면 합니다. 
첫째, 법 개정 문제와 관련해, 이종훈 의원께서도 말씀하셨듯이, 가장 열악한 간접고용인 사내하도급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직접고용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상시 지속적인 업무와 관련해서는 직접고용의 원칙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입법되거나 행정조치를 통해서라도 이 원칙은 강력히 시행돼야 합니다. 앞서 언급됐듯 서울시라든가 각종 지자체 사례에서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문제는 비용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현재 제출된 여당의 사내하도급법은 사내하도급의 정의라든가, 원칙적인 대상을 확정하는 부분에서 법적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또 실질적으로 불법파견을 합법화하는 장식물로 쓰일 수 있기에, 새누리당에서는 반드시 이 부분을 재검토하고, 원칙적인 틀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합니다. 
 
산별교섭과 사회적 교섭으로 해결 추진할 것
 
이제 사내하도급 규제 관련 민주노총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기본적으로 간접고용의 직접고용 전환이 중요하다는 입장에서, ‘파견법 폐지’를 가장 큰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급한 것은 불법파견 문제로 비롯된 현안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올해 이마트 1만 명 불법파견 얘기가 나왔고, 현대차 불법파견의 문제도 10년 가까이 됐습니다. 이에 여러 의원들께서 제출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파견과 도급의 기준을 분명히 규정하는 입법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을 확실히 해서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현대기아차도 반드시 특별근로감독이 이뤄져서, 정규직과 똑같은 업무를 하는 경우에 원사업주가 직접고용을 하는 방향으로 행정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구성해 교섭을 하려고 해도 노조의 단결권, 단체 행동권, 단체 교섭권이 보장되지 않는 부분을 해결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들은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셋째, 모두가 얘기하는 차별시정의 제도적 보완인데, 이와 관련해 따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제도 개선의 문제와 더불어 노동계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제기됐는데요. 저는 우선 정부에 요청을 하고 싶습니다. 아까 말했듯이 불법파견,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 즉각적인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 부당한 상태의 노동자들에 대한 구제 조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또 현 정부가 대선 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책을 2015년까지 내놓겠다고 했는데요. 인수위 때는 그 연도가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노조 차원에서는, 법 개정 투쟁을 제대로 하는 것과 더불어, 노조답게 조직을 만들고 단체교섭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이미 양대 노총에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제대로 조직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와 집중을 실시했고, 조금씩 성과가 나고 있습니다. 단체교섭과 관련해서는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원청의 직접교섭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금속노조 등 산별노조가 교섭에 같이 들어간다든가,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집단교섭을 조직하는 등 사회적 교섭이나 산별노조의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법에만 도움을 청할 것이 아니라 노조 역시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노광표: 김태현 원장을 마지막으로 지정된 발표와 토론이 끝났습니다. 이제 참석해주신 분들의 질문과 의견을 듣겠습니다. 
 

[객석토론]

 
참여자1: 은수미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소속과 근무처가 다를 경우에 규제할 수 있는 내용이 없습니다. 도급계약 시 계약서에 근로자의 수, 근로시간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이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자2: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진행되는 내용을 보면 상시 지속 업무에 대한 논의뿐 간접고용 이야기는 빠져 있습니다. 간접고용 내지 불법파견 상태인 학교비정규직이 20만 명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중 12만 명 정도만 상시 지속 업무이고, 8만 명은 통계에서조차 누락되어 있습니다. 대안이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간접고용을 합리화시키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듭니다. 국회 차원에서 깊이 있게 논의해 줬으면 합니다.
 
노광표: 두 분 의견으로 잘 들었습니다. 이어 김선수 변호사와 토론자들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직고와 간고 모두 적용되는 차별시정 법률을 만든다면
 
김선수: 이종훈 의원께서 새누리당 법안의 진정성을 말씀하셨는데, 이를 살리는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의 법안은 차별적 처우 금지와 차별시정 절차를 기간제법, 파견법에서 원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각 법에서 관련 부분을 모두 떼어내서, 근로관계에서의 차별적 처우 금지 및 차별 시정 절차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만드는 것을 어떨까 합니다. 기간제법의 관련 규정과 파견법의 관련 규정을 묶어내고, 이를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도 적용한다면 양쪽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내하도급 남용 폐단도 막을 수가 있고, 진성도급에게 차별시정 절차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게 법안을 만들면 여야가 합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박지순 교수께서는 원청에게 직접 차별 금지나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하기에는 법률적 어려움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원청과 하청에 연대책임을 물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원청은 사실상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사용하는 관계이기에, 사용자의 지위라는 것이 꼭 실질적인 사용에 관계된 것만이 아니라 임금이나 제반된 차별 방지까지 중복적으로 적용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원청과 하청에 대한 연대책임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박지순: 김선수 변호사님이 말씀해주신 제안과 관련해, 결국 최종 책임은 현실적으로 연대책임의 문제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내하도급법이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하거든요. 시장에 난립한 열악한 하청업체들이 이 법을 악용해, 문제는 원청이 해결하라, 나는 모른다, 라고 할 가능성은 없을지를 말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도급은 오히려 수급자가 고용주로서의 자기 책임을 다하는데 있는 것이다, 라고 법의 요건을 만드는 게 맞는 것 아니냐 생각합니다. 절충안을 주셨는데, 원하청 연대책임으로 간다 하더라도, 저는 여전히 1차 책임은 하청 고용주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문제해결 당사자의 요구와 목표 구체화해야
 
은수미: 저는 불법파견, 사내하도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관련 세력들이 자기의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얘기했으면 좋겠습니다. 국회 일정과 입장은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이 법안 올해 국회에서 통과 어렵습니다. 올해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여야가 같은 방향에서 입법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이번에 통과된 정년연장법안 같은 거죠. 그런데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해결방식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하여튼 6월 국회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소한의 합의를 진전시켜내는 정도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노조는 무엇을 할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저는 솔직히 말해서 노조가 불법파견 문제를 가지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구체적인 자기 요구를 제시해야 타협과 고민이 가능할 겁니다. 또 법학자인 박지순 교수께서 경제학자가 할 말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법학자는 법적 정의를 어떻게 세울까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고, 법적 정의를 세움에 있어 생기는 부작용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 그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불법파견 문제에 대해서 사용자 의견은 이미 들었습니다. 이제 노동계가 이 문제를 가지고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간접고용을 폐지해야 한다, 파업을 하겠다, 하는 원론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노광표: 사내하도급, 간접고용의 문제에는 단순히 법제도적 측면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조직문화, 노동연대 등 다양한 양상들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연구소가 제100회 노동포럼 주제를 사내하도급으로 잡은 것은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가 얘기됐는데, 그 본질은 단순히 재벌과 중소기업의 갈등의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자본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내하청 문제는 그 중심에서 부각하고 있는 이슈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간접고용의 문제는 사실 본격적으로 다루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포럼을 계기로 이런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책임들을 보듬어 안고 나가겠습니다. 장시간 고생하셨습니다. 힘찬 박수로 마무리하겠습니다.  
 

,